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호스피스 의사 김여환 에세이, 그리고 아버지의 임종.

오늘은 좀 무거운 얘기를 할까해요.죽음에 관한 이야기인데 삶과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관계가 아닐까싶네요.젊을수록, 건강할수록 죽음은 생각하고싶지도 않을 만큼 두렵거나 까마득한 나중이 될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인건 당연합니다. 이 책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1000여명의 환자들에게 임종선언을 해야 했던 의사 김여환씨가 수 많은 죽음을 통해 배워야하는 삶을 이야기합니다.작년 11월 24일 아침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코로나로 인해 중환자실 면회도 안되고 겨우 신장투석실로 오가는 아버지를 무작정 기다리다 복도에서나마 5분도 안되는 아주 짧은시간만 겨우 봐야했어요.그렇게 병원 중환자실에서 몇달을 보내시다 갑자기 상황이 나빠져 자식 일곱 중 그 누구에게도 임종을 허락치 않으시고 홀로 돌아가셨습니다.그날 새벽녘 전 꿈을 꾸었어요.엄마, 아버지가 이사를 하셨는데 정원도 넓고 연못도 있고, 평화로운 집이었는데, 그 집엔 엄마, 아버지방 두개뿐이었어요.두분의 방두개만 나란히 있는 그 집에 제방이 없다는게 그렇게 서운할수가 없었어요.엄마께서 여기서 넌 살수없다 하시는 말씀에 야속해하며 눈을 떳는데, 그 새벽 기분이 이상했어요.출근중 큰오빠로부터 연락이 오는데 그날, 회사에서 할인행사를 시작했던 날로 제 업무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싶지않아 전화를 받지않고 일을 하다 한시간 후 아버지의 임종소식을 듣게 되었지요.제 몫의 일에 대한 책임감이 컷던 이유와 오빠에 대한 원망이 섞여 준비없이 듣게된 임종소식.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눈물이 복받쳐 흐리더라구요.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개월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49제도 지내드리고..이상하게 엄마가 돌아가셨을때보단 마음이 편했어요.두분 한집에 모셔놓으니 왠지 아버지 혼자 고생하실때보단 안심도 되고 두분 못다한 백년해로를 그렇게라도 하시지않을까 싶어 슬픔보단 안심이 되었어요.너무 빨리 찾아온 엄마의 죽음은 그리움에 사무쳐 너무 괴롭고 한참동안 고통스러웠어요.반면, 아버지의 죽음으로 전 살아간다는것과 죽는다는것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부질없는 욕심도 내려놓게되는것같고,마음도 차분해지는것 같고,크게 웃고싶거나 깊게 울고싶거나 감정의 동요가 없어지는것처럼 고요해지는게 모든게 무덤덤해졌어요.그리고 세상에 혼자 남은 고아처럼 또다시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어쩌면 이 방황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서 이책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방향을 잃어버린 빈수레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어요.일평생을 근검절약으로 그 누구보다 본인에게 인색하셨던 아버지의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무엇을 위해 사셨을까~누구를 위해 사셨을까~잘 살았다 생각하셨을까~후회는 없으셨을까~미련은 안 남기셨을까~어쩌면 아버지 가시는길 제가 지켜드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느껴지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죽음앞에 홀로선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셨을까 짐작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사람에게 죽음은 첫 경험이자 마지막 경험이다.

죽음의 신이 온다는 사실보다 확실한 것은 없고 죽음의 신이 언제 오는가보다 불확실한것은 없다.죽음은 자신이 찾아가는 사람에게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 사람의 인생따위에 자비도 연민도 베풀지 않는다고 합니다.죽음으로가는 마지막 여정인 호스피스병동도 삶이 존재하고 죽음을 앞둔 그들의 인생을 한페이지의 책처럼 읽어간다고 작가는 표현했어요.읽어간다…..전 그 뜻을 알겠더라구요.우리가 읽음으로서 하루를 살고있는 오늘을 더 지혜롭고 더 슬기롭게 살아갈수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배우란 얘기겠죠.배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그 뜻이 아무리 깊어도 내 식견이 짧아 행함도 한번,두번 계속되지 않을수도 있어요그치만 누군가가 일러주는 이야기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야하지않을까 싶네요. 호스피스(hospice)호스피스의 뜻은 죽음 가까이에 외롭고 고통스럽게 서있는 환자들을 육체적, 심리적 위안과 편안한 생을 마감하는 병원을 이르기도 하면서 그들을 가장 가까운곳에서 지켜보며 봉사하고 따뜻한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전 이 책을 읽기전엔호스피스병동에 대해 약간은 오해를 하고있었습니다.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가족들에게 버림받고 고통받고 갈곳없는 환자들이 죽음을 맞으러 가는곳이다 하구요.마치 살아서 들어가는 공동묘지처럼 느껴졌어요.이 책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환자들의 사연과, 가족사는 죽음의 두려움보다 더 견디기힘든 고통을 줄이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것이 무섭고 두려운것만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이별도 때론 슬프고, 때론 무디고 때론 아프지만 아름다울수도 있겠구나 하구요.그래도 호스피스병동에서나마 가족들과 마지막인사를 할수있다는것은 어쩜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한번 태어나고딱 한번 죽어감에 인사도 못하고 본인의 죽음도 모른체 죽는것보단 마지막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이별할수있음이 어쩜 감사한일일수도 있지 않을까싶었습니다.호스피스 병동은 오히려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입원이 안된다고 해요.그곳에서 마지막삶을 살아가는분들의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좀더 행복한 삶을 살수있도록 배려하는것이라고 합니다.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다 간다는 여관(호스피스 병동)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과 두려움보단 지금느끼는 평범한 희노애락이 그대로 존재하고 받아들이고 정리하고 그로써 행복한 죽음을 맞는곳입니다. 고통스런 가족사를 풀지못하고 떠나가신 한 많은 명희아주머니와 말기 암환자인 송이할머니, 그리고 금자할머니, 서른여덟의 미숙씨, 결혼2년차부터 15년동안의 투병생활중에도 용감하게 삶의 의미를 잃지않았던 경혜씨 등 그분들을 통해 지금부터라도 남겨진 내삶에 참 겸손해져야한다고 느껴졌어요.죽음 직전의 시간은 석양의 황금빛과 같답니다.찬란한 해가 떠오르고 지평선 너머로 붉게 타오르며 스러지는 그 눈부시도록 찬란함이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비유된다고 해요.어쩜 탄생과 죽음은 같은곳에서 오고 같은곳으로 가는건 아닐까요?잠시 머물다 가는 이 생이야말고 정말 짧은 순간이지 않을까 싶네요.좋은죽음이란….’구구팔팔이삼사’99세까지 88하게 살다 2,3일 앓다 4일만에 죽자.요즘 어르신들의 소망이라고 합니다.좋은죽음은 지켜질수없는 약속같기도 합니다.가까운사람의 죽음을 통해 조금 배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침을 남기는 스승인것이죠.후회없이 잘 살다가 미련없이 가는 죽음.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속에 잠시만 머물다 그 사람의 기억이 따뜻하게 자리잡는 죽음이야말로 좋은죽음이 아닐까 생각하게 했어요.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듯,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맑고 강인한 정신을 잊지않으려고 노력합니다.아버지의 눈빛은 언제나 힘이 있었어요.아버지의 눈동자는 참 밝았어요.아버지의 행동은 거침이 없으셨어요.아버지의 손은 늘 정직하셨어요.아버지의 발걸음은 성큼성큼 힘차고 빠르셨어요.꺾이지 않던 그 목소리,굽히지 않으셨던 그 자존심.사소한것 하나도 소홀함이 없으셨고,철두철미하게 준비하셨던 삶.생전에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셨던 대쪽같이 곧았던 그 모든 성품들이 제겐 많은 가르침을 남겨주신 훌륭한 스승이셨어요.많이 그립고 많이 보고싶네요.잘 키워주시고 베풀어주심에 보답하지못해서, 한없이넓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많이 죄송했어요.그리고, 제가 세상을 살아갈수있게 튼튼한 뿌리를 내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부디 좋은곳에 두분 머물러 일곱의 자식들은 까마득히 잊으시고 두분만의 삶을 다시 사셨으면 좋겠어요.#천번의죽음이내게알려준것들 #삶과죽음 #호스피스병동